머리말

 

 

알록달록 강의실을 그득 채운 신세대들. 고리타분한 담론이 통할 리 없다. 아무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가치를 발휘하는 실체가 ‘고전’이라 해도, 이제 ‘날 것 그대로의 고전’이 유지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나마 고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에 기대어 문화콘텐츠로 가공되어야 하고, 시장에서 선택받아야 한다. 그래야 문자로든 영상으로든 ‘자라나는 세대’가 부분적으로나마 고전을 맛볼 수 있다. 품속의 손주들에게 옛날 얘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들. 이젠 디지털을 바탕으로 하는 각종 영상매체가 할머니들을 대신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 태어나면서부터 가공된 식품을 먹고 브라운관과 모니터 속의 제 또래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자란다.

그렇게 시대는 바뀌었다. 시대가 바뀌었음을 절감하면서도 이처럼 ‘변함없는 타령’을 내놓는 것은 ‘못 말리는 오기’ 때문이다. 변화가 대세이지만, 그 속에 한 가닥 지속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느다란 희망’ 때문이다. 절망의 끝에 희망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냥 가는 데까지 뚜벅뚜벅 걸어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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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책을 만들수록 적자라는 출판계의 한숨. 이삿짐 쌀 때 폐기처분 0순위가 책인 현실. 그 속에서도 용기를 내주신 학고방의 하운근 사장님. 짧은 기간에 이토록 ‘이쁜’ 책을 만들어 주신 김연수 선생 고맙지만, 마음이 무겁다.

원고정리를 도와준 서수금과 박병배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숭실대학교 전통문예연구소의 두 번 째 학술총서로 이 책을 펴낸다..  

 

 

                 2006년 8월 염천에

 

        ‘하로동선(夏爐冬扇)’의 지혜를 배우며     

 

백규 삼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