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 학기를 마치며


글쓴이: * http://kicho.pe.kr

등록일: 2005-06-07 18:51
조회수: 3036
 
* 이 글은 <<숭실대학신문>> 902호(2005. 6. 7.) 사설로 실려 있습니다.



한 학기를 마치며


어느 덧 한 학기가 끝나간다. ‘숭실 중흥’의 절박한 구호를 바탕으로 출발한 한 학기였다. 이제 차분히 지난 시간을 정리할 때다. ‘대학 정치’의 난류 속에서 적지 않은 기회와 시간들을 까먹은 지난 시절. 남들은 펄펄 날아가는데, 길옆에 내동댕이쳐진 채 우리는 하염없이 그들의 질주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물결에 밀리듯 아무런 비전이나 대책도 없이 흘러온 지난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 총장이 취임하고,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함으로써 숭실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주역들이 무한경쟁의 난바다를 향해 나아가야 할 숭실호를 드디어 리모델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리모델링을 시작한지 한 학기가 지났다. 이제 겨우 출발선을 떠난 셈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준비태세와 방향을 점검하는 것도 출발선에서 그다지 멀어지지 않는 이 시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학의 쇄신에는 다양한 방향과 길이 있을 수 있다. 제도의 보완이나 건물신축 등 외관의 개선, 그를 위해 필요한 자금의 확보 등 물리적 방법은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시급한 것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갈가리 분열된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일이다. 제시된 비전에 공감대가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구성원들의 마음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 말하자면 원대한 비전이 제시되었을 때만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있는 공감대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는 있겠지만, 총장이 재임 중 연봉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쾌척하겠다는 결단이나 핵심 보직교수들이 수당을 내놓은 일 등은 그런 점에서 액수의 다과를 떠나 우리의 인식을 바꿀만한 ‘사건’이었다. 대학사회의 귀감이 될만한 일일 뿐 아니라 구성원들로 하여금 학교 일에 동참하도록 만든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그런 ‘실천적 행동’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일도 그것만으로 그친다면 학교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한계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혹시 대학 내의 인사에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행정상의 낭비적 요소는 없는지 수시로 살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고, 구성원들의 최선을 이끌어내는 것은 효율적인 제도의 힘이다. 제도의 힘은 공정성에서 나온다. 공정하지 못한 행정이 한 구석이라도 있다면, 대학의 발전에 방해가 되었으면 되었지 도움은 안 될 것이다. 숭실이 모처럼 대학가에 선도적으로 보여준 좋은 일도 다른 분야에서의 좋은 일들에 의해 뒷받침될 때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학기의 좋은 일들을 되새기면서 다음 학기의 준비에 착수해야 할 때다.                                            
                                              조규익(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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