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청소년들을 꿈 꾸게 하라!


글쓴이: 백규 * http://www.kicho.pe.kr

등록일: 2002-09-09 02:38
조회수: 3033
 
청소년들을 꿈 꾸게 하라!


맹자는 백성들에게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그 때문에 떳떳한 마음을 가질 수 없고 떳떳한 마음이 없어지면 결국 죄에 빠진다고 했다. 인간으로 하여금 예와 의리를 지킬 수 있게 하는 ‘먹고 사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갈파한 말이다. 우리는 IMF 지배와 구조조정의 한파를 겪으면서 일정한 생업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며 어려운지를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가질 수 있는 미래의 꿈이나 개인적인 취향이란 비현실적이고 사치스러운 것이며 ‘먹고 사는’ 일이야말로 가장 우선이라는 결론 아닌 결론까지 내리게 되었다. 우리는 그 구체적인 예를 올 대학입시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2002학년도 신입생 선발이 마무리 되어가는 요즈음, 상당수의 서울대 이공계 합격생들이 등록하지 않은 일을 두고 나라 전체가 떠들썩하며 언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토론 또한 대단하다. 이 일을 그들의 표현대로 ‘이공학 기피현상ꡑ으로 해석해야 할지 단언할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일정한 생업 확보’의 일념이 빚어낸 시대적 풍조인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필자가 잘 알고 지내는 한 친구의 사례를 들어보자. 그 친구의 딸은 건축이나 설계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 친구 부부는 그녀가 의대로 진학하기만을 바랐다. 엔지니어가 되어봤자 ‘먹고 사는’ 문제에서 불확실하기 때문이었다. 불확실할 뿐 아니라 소득 또한 의사에 까맣게 못 따라간다고 보는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누리게 될 ‘삶의 질’이란 돈에 의해 결정된다는 무서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꿈이나 적성은 사치스러운 무엇으로 인식되어 버렸고, 그러한 생각이 교육현장의 분위기마저 지배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슈바이처가 되어 병들고 아픈 사람을 구제하겠다는 꿈을 꾸는 젊은이들은 당연히 의대에 진학하여 의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카소를 꿈꾸고 도스토예프스키를 꿈 꾸는 학생들에게까지 은연중 의대에 진학하기를 강요당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잘 된 일’로 여겨진다면 우리는 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도 물리학과나 미술과, 심지어 국문과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의대나 약대에 진학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좀더 잘 먹고 잘 사는’ 문제 때문에 꿈도 무엇도 다 버려야 한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젊은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꿈이나 적성을 접도록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가치 기준이 온통 물질에만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활약할 2010년대 후반 혹은 2020년대 전반은 물리적 국경 자체가 의미 없는 이른바 ‘세계화된 공간’에서 살게 될 것이다. 무슨 분야를 공부하든 앞으로의 시대는 세계가 무대일 수밖에 없다. 열린 공간에서 요구되는 것은 다양한 개성과 가치관의 공존이다.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혼신의 힘과 정열을 바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은 기성세대 가운데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미래의 시간과 공간에서 누리게 될 삶의 질이란 단순히 물질의 양만으로 재단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미래와 세계에 대하여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이라면 박쥐처럼 좁은 공간에서 돈이나 주워담는 ‘부자’가 되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왜 모든 것에 앞서서 그들의 꿈을 우선해주지 않는가? 젊은이들로 하여금 건전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꿈을 가꾸도록 하는 것은 학교교육의 시작이자 끝이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보다 나은 것은 어렵던 시절부터 쌓아두어 약간씩 ‘맛이 간’ 경험의 양밖에 없다. IMF의 아픈 상처를 이 땅에 초래한 기성세대의 좁은 안목이 또 다시 젊은이들의 원대한 꿈마저 망가뜨리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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