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교육 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글쓴이: 백규 * http://www.kicho.pe.kr

등록일: 2002-09-09 02:18
조회수: 2544
 
교육 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1년 가까이 학내문제로 헤매는 동안 한국의 대학들은 좀더 본질적이면서도 중요한 이슈를 중심으로 얼마간 진전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교육의 노선으로 정립시키려는 김대중정부의 기도에 대하여 적극적인 반대의 논리를 수립했고, 대부분의 대학들이나 학자들이 이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알 수 없는 일은 국민의 정부를 표방해온 이 정권이 교육의 공공성을 외면하고 이른바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틀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강화시키고 있는 관료주의적 통제는 그들이 지향하는 '수요자 중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이니 모순치고는 너무 지나친 듯하다. 더구나 그들이 내세우는 '수요자 중심'이라는 것이 결국 '학생들의 요구'에 맞추라는 말인 듯 한데, 학생들을 교육의 수요자로 보는 안목 또한 대단히 잘못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의 수요자는 국가와 국민이다. 세계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국가 사회의 정책적 배려와 국민들의 균형잡힌 요구만이 교육기관들로 하여금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학생들은 그런 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신자유주의의 기치를 내세우고 이루어지는 비교육적 통제 아래 한국의 교육자들이나 교육기관은 피교육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점에서 이 정부가 내세우는 신자유주의란 결국 본의 아니게 교육기관과 교육자들을 괴롭히기 위한 흉물적 수단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정책 당국이나 정치권의 그러한 발상 때문에 교육기관이나 교육자들은 개혁의 1차 대상으로 지목되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다. 무리하게 시행한 정년단축이나 명퇴로 초중등학교들에서는 교사 수급에 큰 혼란이 생겼으며,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힘든 성과급의 지급이나 학급당 학생수의 급격한 감축 등 속된 말로 '똥 오줌 못 가리는' 정책 당국자들의 한심한 작태로 이 나라는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돈 몇 푼의 '당근'으로 그들이 요구하는 이른바 개혁의 틀 안에 대학들을 몰아 넣으려는 발상은 이 나라의 교육기관과 교육자들을 초라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교육자들에게 자긍심을 불어 넣어도 될까말까한 것이 교육인데, 그들로 하여금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초라하게 만들어 어쩌자는 것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지금 거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교육계의 저항운동은 이 나라의 교육을 바로 세우려는 몸부림 그 자체다. 지난 1년 울타리 안의 싸움에만 골몰해온 우리가 자칫 놓칠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내기 위해서라도 이젠 좀더 넓은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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