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낙엽


글쓴이: 아현 * http://blog.daum.net/prof_jklee

등록일: 2017-09-28 13:57
조회수: 306
 
낙엽
              이재관


하늘을 가렸던 손바닥들이 뒷통수 긁으며
땅에 떨어져 땅을 겹겹이 가린다
나뭇잎들이 가리는 것은
하늘 아니면 땅,

그 마음이 크고 겸손하고 진실되지 않으냐
하나님 앞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친구 앞도 가려줄 게 있는 법이다

산비탈은 탄력 좋은 저울이다
추적추적 쌓이는 대로 무게를 달고 있다
그것은 한 해의 슬픔을 햇빛에 말려
순수한 한 해의 감동으로 합산해보는 것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은 때도 울은 때도 많았지, 감사하리라
내 감동을 모두 합치면 몇 킬로그램일까
마른 잎 한 아름 안아보니 꽤 가볍지만
군살 빠진 연말 캘린더 앞에서
떠돌던 한 해가 내 손을 잡아준다

낙엽 위에 누워 온기(溫氣) 한 점 더해주자
만추(晩秋)엔 하늘과 땅도 다가서는지
별들이 빈 가지 사이로 총총이 들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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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   2017-09-28 14:00:22 [삭제]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백규   2017-09-29 22:41:49 [삭제]
아현 선생님, 이 가을에 멋진 시를 '낳으셨군요.' 늘 제 흐릿한 심안(心眼)으론 낙엽을 풀기가 불가능했는데, 선생님께서 등불을 들어주셨습니다. 부처가 들어보인 연꽃에 미소로 답한 가섭이 있었지만, 저는 아직도 선생님께서 들어보이시는 낙엽의 무게를 깨닫지 못해서 답답합니다. 추석을 품은 가을에 더욱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백규 드림
이재관   2017-09-30 13:13:39 [삭제]
깊어가는 가을에 백규 교수님 음성 멀리 깊이 와닿습니다. 우선 저의 무심함에 대해 용서를 빕니다. 가섭의 예는 우리 사이에 당치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섭 역을 하고 싶습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이 감히 우주와 맞대면하여 살아가게 되니 그 사이에서 살짝 가려주는 나뭇잎이 있어 고마운 거죠.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한 데카르트를 흉내내어 저는 요즘 "궁금하다 고로 존재한다"거나 "허전하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화두를 놓고 약 100편의 시를 써서 시집 한권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출판 전에 백규 선생님께 한 번 검열을 받고 싶은데요. 저의 일방적인 욕심입니다. 여하튼 이 가을이 다 지나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백규   2017-09-30 22:44:33 [삭제]
대단하시군요. 저는 아직 현역인데도, 글 한 편 마무리할 때마다 심신의 피로를 느끼곤 합니다. 늘 '대상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제 임무라고 떠들긴 하지만, 정작 손에 잡는 것이 오롯한 씨알인지 싸라기인지 겨나부랭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조만간 엄정한 검증을 거쳐야 결산일에 그나마 창피를 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현 선생님을 열심히 벤치마킹하겠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널뛰듯 하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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