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새아침을 여는 시 - 꽃자리


글쓴이: 이선애

등록일: 2014-01-02 15:39
조회수: 11511
 
<새아침을 여는 시>
                                    꽃자리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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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바로 코앞에 와 있습니다.
저는 한해 마무리로 동동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제가 들은 가장 신선한 시는 바로 구상 시인의 ‘꽃자리’입니다. 작은 모임에서 한 작가 분이 낭송하신 구상 시인의 ‘꽃자리’는 저를 참 행복하게 하였습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이 자리가 바로 꽃자리겠지요. 이 자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지만, 내가 시방 앉은 이 자리가 가시방석처럼 보이는 이 자리가 바로 꽃자리인 것입니다. 눈물 나도록 고마운 말입니다.
새해에는 제가 있는 이 자리에 물과 햇볕과 땀을 더 많이 쏟을 것입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글을 쓸 것입니다. 내 곁 사람들의 좋은 점을 더 많이 칭찬하고 더 많이 격려하고, 함께 눈물을 흘려줄 것입니다. 진심으로 손을 마주 잡고 눈을 맞출 것입니다. 제가 앉은 이 자리가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제 앉은 자리가 꽃자리임을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더 많이 사랑하는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서로의 영혼에 응답하고 착한 인연을 만들어 가는 그런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3년 12월 27일 방학하는 날     강마을에서 이선애 드림

추신: 올해 첫편지에 옮겨 놓은 시는 꽃자리입니다.
지난 해 저도 많이 힘든 해였습니다. 그렇지만 잘 견디어 낸 저에게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꽃자리' 라는 시를 읽으며,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곳이 가시방석이라 할 지라도 제 자리임을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제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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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규   2014-01-03 05:43:00 [삭제]
선애 선생, 새해 복 많이 받게. '꽃자리'라는 시. 백만 마디의 '강론'이나 '설교', 혹은 '설법'보다 큰 깨달음을 주네그려. 시인이란 단순히 글자나 농(弄)하는 사람이 아님을 구상 선생은 분명히 보여주셨군. 살면서 얼마나 내가 서 있는 현실을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준엄하게 꾸짖어 주시는군. 내가 깔고 앉은 꽃자리의 향내를 깨닫지 못하고, 더 나은 꽃자리가 없는가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을 시인은 꿰뚫어보신 게 분명하지? 자네 덕에 내 꽃자리의 존재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네. 고맙네. 건필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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