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강마을에서 책읽기-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 / 오뒷세이야


글쓴이: 이선애

등록일: 2017-03-07 17:49
조회수: 856
 
봄은 어디에나 벙글어지는 꽃들로 가득합니다. 묵은 겨울은 이제 힘을 쓸 수 없나봅니다. 오리나무는 벌써 연초록의 길다란 꽃눈을 올리고 있고 매화는 그저 황홀하게 무학산 만날재 앞자락을 하얗게 빛내고, 그 아래 학교 담장 그늘엔 동백꽃이 붉습니다. 이렇듯 사물도 계절도 오래되면 변하는 것이 이치일 것입니다. 시간의 관문을 지나는 순간 변화는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계절의 변화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거대한 장벽을 넘어선 지혜로운 한 인간의 이야기를 읽습니다. 바다를 향해 끝없을 것 같은 여행을 하는 그는 불멸의 신이 아닌 필멸하는 인간입니다. 신의 노여움을 사고 떠돌아야하며 아들과 아내가 기다리는 고향 이타케로 영영 갈 수 없을 듯 보였습니다.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  『일리어드』와 『오딧세이아』는 기원전 6세기 이후 그리스의 교과서가 되어 수많은 음유시인과 지식인 나아가 문학과 조형예술로 창작되었으면 서양문화의 근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오딧세이아』는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략 후의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해상표류의 모험과 귀국에 관한 이야기로 24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초의 4권은 주인공이 없는 동안의 그의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 이야기이며 제5권에서 바다의 님프 칼립소에게 붙잡혀 있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등장하고 신(神)들의 명령으로 그는 겨우 뗏목을 만들어 섬을 떠나지만 그를 미워하는 포세이돈이 일으키는 폭풍으로 난파 당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파이아케스인들의 섬에 상륙하고 그 곳의 왕녀 나우시카에게 구원되어 왕의 환대를 받고 연회석에서 자신의 모험이야기를 합니다. 그 후 귀국하여 아테네 여신의 도움으로 아내를 괴롭힌 구혼자들을 응징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딧세우스는 걸출하고 지혜로운 영웅이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일을 저질러 바다를 떠돌게 됩니다. 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그는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 바다를 떠돌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일 것입니다. 새봄을 맞이하여 우리는 지난 겨울 낡고 오래되고 묵은 자기를 버리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야 하지 않을까요? 새롭게 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것입니다. 새 학기는 희망으로 가득차지만 바다 위에 배를 띄우고 여행을 시작하듯 두렵고 어려운 것입니다. 모든 새로운 출발은 낡은 것을 찢는 아픔을 견디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습니다. 지금 자리가 힘들고 어렵다면 낡은 나와 결별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시들을 보았고 그들의 마음을 알았으며
바다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전우들을 귀향시키려다
마음속으로 숱한 고통을 당했습니다. 그토록 애썼건만 그는
전우들을 구하지 못했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못된 짓으로 말미암아  
파멸하고 말았습니다. 그 바보들이 헬리오스 휘페리온의
소 떼를 잡아먹은 탓에 헬리오스 신이 그들에게서 귀향의 날을  
빼앗아버린 것입니다. 이 일들에 관해 아무 대목이든,
여신이여, 제우스의 따님이여, 우리에게도 들려주소서! /제1권 1~10행 p23

새봄입니다. 이미 연초록의 나무들이 새잎을 올리고 있습니다. 나무는 생살을 찢는 아픔을 견디고 낡은 자기를 버린 결과로 새잎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들도 지난 해 묵었던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습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새봄 되시기 바랍니다.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천병희 옮김, 숲, 2006.
-답글달기  -수정하기  -삭제하기     -목록보기  -글 쓰기
백규   2017-03-27 05:03:25 [삭제]
선애 선생의 '책 읽기'가 오디세우스의 '길 찾기'와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해보네. 무엇보다 지금 이 시점에 『오딧세이아』를 읽고 거론한 것은 '혜안'일세. 지금 우리가 난파 직전의 표류선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오디세우스 군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때의 그들에겐 오디세우스 같은 지도자가 있었지만, 지금의 우리에겐 '난세의 사기꾼들' 밖엔 지도자라고 부를만한 인물들이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비극일세. 어떻게 해야 할까. 뱃전 너머 망망대해로 뛰어 들어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걸까. 어차피 앉아 죽을 바엔 뛰어들어 혼자 힘이라도 써보다가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 민초들의 마음 속엔 많은 고민들이 있지. 이런 시기에 『오딧세이아』를 읽은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일세. 건필하시게.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답글달기  -수정하기  -삭제하기   -목록보기  -글 쓰기
△ 이전글: 몽매한 야당 대선주자들에게!-천영우 선생의 일갈을 여기에 ...
▽ 다음글: 아, 이재명 기자!-지금의 상황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분석...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