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강마을에서 책읽기/자기만이 정의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 장미의 이름


글쓴이: 이선애

등록일: 2017-03-22 09:30
조회수: 761


장미의 이름.jpg (191.3 KB)
 
남쪽에는 매화가 절정입니다. 벌써 하롱하롱 꽃잎이 지기도 하고, 주홍의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와 어울려 황홀경을 이룹니다. 얄궂은 날씨덕분에 교실에는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입니다. 아마, 신학기를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나니 긴장이 풀린 탓이겠지요. 그러면 제일 먼저 몸이 알아봅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 바짝 긴장했던 몸이 풀리면 그 빈자리에 작은 바이러스가 침입합니다. 며칠을 앓고 온 아이들의 해쓱해진 얼굴에는 더 깊어진 아이들의 표정이 보입니다. 봄은 앓아야 봄인 것입니다. 청춘은 끝없이 많은 것을 앓고 있고, 노년의 어머니는 신경통을 봄에 앓고 계시고, 중년의 저 같은 사람도 봄꽃이 피니 마음 한 귀퉁이가 저려옵니다.

이 나라 최고 지도자가 쓸쓸히 사저로 돌아가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말들을 풀어내는 정치인들이 텔레비전의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이룩하겠다는 그들의 말과 불의는 어떤 경계가 있을까요. 암흑의 시대라 불리는 중세시대의 어둡고 경직된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장미의 이름』은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는 곳에서 나만이 정의롭다는 독선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웃음과 유머를 허락하지 않는 중세 철학과는 달리 《시학》 2권에서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코미디의 중요성을 주장합니다. 최고의 도서관이 있는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은 지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죽음에 이릅니다.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識者)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다.’라는 내용을 다룬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시학》 제2권의 유일한 필사본이 장서관에 있음을 알고 몰래 읽어보다가 호르헤에게 독살당합니다. 윌리엄은 이 사실을 추리해 내고 그에게 이야기하자 감탄하며 독약이 묻은 그 서책을 건네줍니다. 하지만 윌리엄이 장갑을 끼고 그 책을 받아 읽자, 호르헤는 등잔을 넘어뜨리고 《시학》을 빼앗아 입으로 그 책을 씹기 시작하고 장서관이 있는 성당은 불길에 휩싸입니다.

현재의 우리사회는 자기만 정의라고 주장하며 상대방을 이단이라고 주장하며 마녀사냥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 윌리엄은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을 조심해라. 그런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자기 대신 죽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제자 아드소에게 말합니다. 진리는 나만 옳은 것이 아닙니다. 진실로 광명정대하고 어디에서나 빛나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진리겠지요.

“지금은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해서 진리는 우리 앞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세상의 허물을 통해 그 진리를 편편(片片)이 볼 수 있을 뿐이다.”

  강마을의 봄볕은 참으로 따사롭습니다. 논둑마다 푸른 풀이 무성합니다. 그 풀들 사이로 개구리가 뛰고 나비가 날아오르고 흙덩이를 건드리면 지렁이가 보입니다. 모두 싱그러운 봄의 향연에 동참하는 행복한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기, 열린책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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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규   2017-03-27 05:10:50 [삭제]
<<장미의 이름>>을 읽었군. '나홀로 정의'의 소름끼치는 위험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보네. 입만 벌리면 '국민'을 연호하는 대선 주자들의 '사탕발림'을 어떻게 응징해야 할지 막막한 나날일세. 아예 눈과 귀를 가리고 살자 해도 미세먼지처럼 닫힌 눈꺼풀을 뚫고 밀려들어오는 '악마의 사자후'를 피할 도리가 없군. 이 나이에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 수도 없으니,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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