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과거시험장 다녀왔음다...


글쓴이: 비파

등록일: 2003-10-06 10:00
조회수: 2522
 
2박3일의 답사길 여독이 풀리지 않아 약간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제 아침 창경궁으로 향했습니다. 나들이 하기에, 아니 야외에서 시험보기엔 딱 알맞은 날씨였어요.

9시가 조금 지나서야 시험장에 도착, 명정전 입구에서 유생복을 받았는데 '건'은 쓰지 않아도 된다면서 두루마기만 주더라구요. 평소에 모자쓰는걸 싫어해서 잘 됐다 싶었지요. 뜰의 지정번호에 가서 앉아 11시경까지 임금의 행차를 비롯 詩題를 받고 시상을 가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시험장 주변에는 취재진들과 일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몇분인지 모르게 몽롱한 상태에 잠겨있다가 정신이 들고 보니 좌, 우로 응시생들이 이야기하는데 대부분 인근 대학의 '한문학과'생들인 듯 했어요.

시험이 시작되자 입구에서와는 달리 주최측에서 시민들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며 '건'을 나눠주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받은 건은 끈이 떨어져 있었어요. 얼핏 불길(?)한 징조가 아닐까 생각되더라구요.    

오후 1시 30분경에야 답안지를 제출하고, 주최측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먹고 응시생들을 위한 축하공연을 관람하다가, 부대 행사로 내외국인 초등학생들의 글짓기 행사가 있는데, 시상식을 앞두고 상장에 명단을 쓰기로 한 사람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응시생인 관계로 '준비위원'에게 붙들려가 수상자 명단을 쓰게 됐어요. 그런데 큰 글씨로 한자를 쓰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붓펜으로 외국인 학생의 이름을 쓰려니 영 시원찮아서 어찌나 민망스럽던지...

급제자 발표 전까지 '가무'공연을 하는데, 작년에는 거의 시간 때우기식(?)으로 관람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굉징히 친근감 있게 다가오더라구요. 익숙한 대금소리, 가야금 연주, 판소리, 사물놀이 등등이요...

주최측의 멘트에 의하면 합격자의 우열을 가리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어떤 공연은 두번이나 했을 정도였어요. 4시 30분경 급제자 발표, 떨리는 순간인데 저는 발표전에 합격자 명단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일반부로 응시하신 어떤 분이 알려주셨거든요. 결과는 을과급제였답니다. 내심 장원을 바라긴 했는데...^^

시험장에 동생이 찾아와서 축하해 주고 저녁식사와 몇가지 선물을 사주어서 굉징히 유쾌한 마음으로 집에 왔습니다. 앞으로는 짬짬이 시간을 내서 붓글씨 연습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지요.

'백규서옥'에 들릴때마다 빈손이라는 기분이었는데, 오늘은 뿌듯한 마음이네요. 장원급제는 아니지만 과거시험에 관한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말입니다.

강의시간에 뵙겠습니다.

2003. 10. 6  

서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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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06 12:44:19
수금! 해마다 급제 소식에 신나는 마음, 금할 길 없네. 축하, 축하!
급제턱을 언제 얻어 먹나?^^
급제한 시작품을 이곳에 올리도록 하게나. 그리고, 아무나 볼 수 있게 개방해 놓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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