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팔레 교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장에 취임


글쓴이: 김기철

등록일: 2002-07-06 18:37
조회수: 3391
 
팔레 교수 成大 동아시아 학술원장 취임
“학문 연구엔 국적 상관없다…각분야 최고학자 모실것”
 
▲사진설명 : 외국인으로선 극히 이례적으로 국내 대학의 동양학 연구기관 책임자에 취임한 제임스 팔레 교수.
/정경렬기자

 



미국의 한국학 대부로 알려진 제임스 팔레(68) 워싱턴대 명예교수가 지난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원장에 취임했다. 외국인이 국내의 권위있는 연구기관 책임자로 온 것도 이례적이지만, 팔레 교수는 카터 에커트(하버드대), 존 던컨(UCLA), 도널드 베이커(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마이클 로빈슨(인디애나대) 교수 등 미국의 한국사 연구를 주도하는 제자들을 길러낸 지도급 학자이기 때문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는 11세기부터 18세기초까지 고려·조선 700년간을 ‘노예제 사회’로 규정하고, 조선 후기의 자본주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국내 학자들의 ‘내재적 발전론’을 비판, 최근 학계 안팎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버드대에서 대원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팔레 교수는 1957년 주한미군으로 1년간 복무했고,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인권탄압에 반대해 미국에서 여러차례 시위에도 참여한 바 있다. 3일 낮 그를 만났다.

―동아시아학술원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

“학교측으로부터 동아시아를 연구하는 학제간 연구소를 세운다는 얘기를 듣고, 도움이 됐으면 해서 원장을 수락했다. 예산상의 이유로 교수를 한꺼번에 채용할 수없기 때문에, 각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들을 며칠씩 초빙, 강좌를 개설하는 방식을 논의중이다. 내가 가진 인맥을 포함, 국내외 최고 수준 학자를 모시고 싶다.”

―조선 사회의 정체성(停滯性)을 주장하는 학자에게 학술원장을 맡긴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하거나, 외국인이 국내 연구기관 책임자로 온 것을 적절치 않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성균관대 안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있었다고 들었다. 나는 조선 사회가 정체됐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 18세기 중반 조선은 노비들이 소작인으로 바뀌면서 활발한 사회변동이 있었다. 다만 조선 후기의 자본주의 발전이 현재 한국의 근대화와 연결된다고 보는 ‘내재적 발전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전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이 더 영광스러운 것 아닌가. 그리고,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미국 대학의 한국인 교수가 수십 명이 넘는데, 국적이 문제된다는 것은 들어본 적 없다.”

―조선이 노예제사회라는 주장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노비 종모법」(奴婢從母法·어머니 신분을 따르는 법)으로 세습적 노비제도가 확립된 11세기부터 18세기 초까지 한반도는 노예제사회였다. 고려시대 노비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조선은 인구의 30%가 노비였다. 노비가 인구의 30%를 넘는 사회는 노예제사회라고 본다. 하지만 조선이 노예제 사회라고 해서 후진적이란 뜻은 아니다.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였지만, 노예제 사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이 노예제 사회란 주장은 그 사회가 후진적이고, 정체돼있었다는 인상을 준다.

“난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제 순으로 사회가 발전한다는 스탈린의 5단계설을 지지하지 않는다. 노예제는 어느 시대에나 있을 수 있다. 조선은 문화적으로 진보한 시대였으나, 동시에 노예제사회였다. 로마에 노예제가 있었다고 해서 후진적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팔레 교수의 노예제사회론은 전날 성균관대에서 가진 취임강연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이영훈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비가 인구의 30%라는 이유로 노예제사회로 규정한 것은 팔레 교수 스스로 비판하고 있는 마르크스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근거를 전통시대와 연결시켜 설명함으로써 역사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시각이 더 설득력있지 않은가.

“19세기 조선은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했고, GNP에서 상업과 수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았다. 상업 도시가 발전했다고 하는데, 한국 학자들은 시장의 발전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팔레 마피아」란 별명까지 있다.

“솔직히 그런 소린 듣기 싫다. 마피아라면 통일된 의견을 가진 집단을 말하는 것같은데, 나는 학생들이 무슨 주제를 연구하든 간섭하지 않았다. 마피아는 무슨 나쁜 일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아닌가.”

(金基哲기자 kichu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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