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극기의 <전가사시>


글쓴이: * http://kicho.pe.kr

등록일: 2014-04-22 01:05
조회수: 2845
 

전가사시」 김극기
[ 田家四時 金克己 ]

  

春(춘)
草箔遊魚躍(초박유어약) 풀통발엔 고기들이 뛰놀고
楊堤候鳥翔(양제후조상) 버들 둑에 철새가 날아오네
耕臯菖葉秀(경고창엽수) 봄갈이 하는 밭둑엔 창포잎 우거지고
饁畝蕨芽香(엽무궐아향) 점심 먹는 이랑에 고사리 순이 향기롭네
喚雨鳩飛屋(환우구비옥) 비를 부르는 비둘기들 지붕 위에서 날고
含泥燕入樑(함니연입량) 진흙을 문 제비는 들보에 들어오네
晩來芧舍下(만래서사하) 느지막이 초가집 방 안에
高臥等羲皇(고와등희황) 베개를 높이 베니 태곳적 사람일세


夏(하)
柳郊陰正密(유교음정밀) 버들 들판에 녹음이 막 우거지고
桑壟葉初稀(상롱엽초희) 뽕나무 밭에는 뽕잎이 드문드문
雉爲哺雛瘦(치위포추수) 꿩은 새끼를 먹이느라 여위고
蠶臨成繭肥(잠림성견비) 누에는 잠을 다 자서 살찌네
薰風驚麥隴(훈풍경맥롱) 훈훈한 바람에 보리밭둑 일렁대고
凍雨暗苔磯(동우암태기) 싸늘한 소나기에 낚시터 어둑하네
寂寞無軒騎(적막무헌기) 적막한 채 높은 사람 찾을 적 없어
溪頭晝掩扉(계두주엄비) 시냇가 대문은 낮인데 닫혀 있네


秋(추)
搰搰田家苦(골골전가고) 힘쓰던 농가의 수고는
秋來得暫閑(추래득잠한) 가을이 오자 잠시 한가해지누나
雁霜楓葉塢(안상풍엽오) 서리 맞은 단풍 물든 언덕에 기러기 날고
蛩雨菊花灣(공우국화만) 비 내린 국화 둘레에 귀뚜라미 우네
牧笛穿煙去(목적천연거) 목동은 피리 불고 안개 속으로 가고
樵歌帶月還(초가대월환) 나무꾼 노래하며 달빛 두르고 돌아오네
莫辭收拾早(막사수습조) 일찍 거둬들이는 일 사양하지 마소
梨栗滿空山(이률만공산) 배와 밤 텅 빈 산에 가득할 테니

冬(동)
歲事長相續(세사장상속) 해마다 해야 할 일 계속 이어져
終年未釋勞(종년미석로) 해가 저물어도 수고로움 다 못 풀겠네
板簷愁雪壓(판첨수설압) 판자로 된 처마는 눈에 눌릴 걱정
荊戶厭風號(형호염풍호) 싸리문은 바람 소리 울릴 게 싫네
霜曉伐巖斧(상효벌암부) 서리 내린 새벽에 산에 올라 나무도 베고
月宵乘屋綯(월소승옥도) 달밤엔 지붕 얽을 새끼 꽈야지
佇看春事起(저간춘사기) 봄 농사가 시작될 때 기다렸다가
舒嘯便登臯(서소편등고) 휘파람 불며 언덕에나 올라볼까

1 김극기(金克己, 1150경~1204경): 본관은 광주(廣州). 호는 노봉(老峰). 농민반란이 계속 일어나던 시대에 핍박받던 농민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노래한 농민시(農民詩)의 개척자이다. 일찍이 진사과에 급제했으나 벼슬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의주방어사를 거쳐 한림원에 들어갔다. 금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뒤 얼마 후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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