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문을 열며


글쓴이: 추공

등록일: 2002-12-21 12:52
조회수: 2645
 
<중국내 연행록 노정 답사 연구> 과제의 연락을 맡고 있는 김일환입니다.
우선 잘 지어진 집에 넓직한 방을 마련해 주신 백규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튼실한 기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행록은 한·중 교류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이자, 문화의 교류와 충격 그리고 자각을 드러내는 문화사적·지성사적 자료입니다. 연행록의 노정을 직접 답사하는 것이야말로 본격적이고 실제적인 연행록 연구의 출발입니다.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한·중 문화교류의 생생한 현장을 복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채워주시고 혹여 쓸만한 것이 있다면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아래에 우리 연구진과 연구 목적을 덧붙입니다.

*연구진 명단
김태준(동국대 교수, 연구책임자, yusantj@hanmail.net )
소재영(숭실대 명예교수, 공동연구원, sjy1933@yahoo.co.kr)
조규익(숭실대 교수, 공동연구원, kicho@ssu.ac.kr)
최진봉(숭실대 강사, 선임연구원, trianglechoi@hanmail.net)
이승수(한양대 강사, 선임연구원, woohabin@hanmail.net)
전일우(숭실대 박사과정, 연구보조원, kayang0725@hanmail.net)
김효민(북경대 박사과정, 연구보조원, xiaomin@sinology.org)
김일환(동국대 박사과정, 연구보조원, chukong@hanmail.net)

*연구의 목적
이 연구는 연행록의 연행 노정(燕行路程)을 답사하는 경험적, 학제적 조사 연구를 통해 중세 한·중 문화 교류사를 현재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그 가치를 파악하는 데 있다. 한 민족 혹은 문명권의 문화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타문화와의 비교·검토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연행록은 우리 문화 유산 속에서 독자적인 가치와 의미를 지닌 문헌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문화사에서도 매우 독특한 존재로 인정되고 있어, 한·중 문화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밝히는 자료로써 손색이 없다. 연행은 한·중 외교문화로 동아시아 세 나라가 모두 쇄국을 실시했던 14세기 이후 19세기 말가지 오로지 한국만이 동아시아를 이어주었던 특수한 여행제도이다. 한 번에 500명씩 1년에 2번 이상 연인원 1천명 이상이 북경에 여행하고, 이 숫자는 청나라와의 250여년의 관계만으로 실로 연인원 35만명 이상이 북경으로 여행하는 역사의 길이었다. 중세와 근대로의 이행기까지 지속되면서 동아시아의 문화적 동질성을 유지시키는 한편, 자국 문화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실을 했으며, 연행록은 한·중 교류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이자, 문화의 교류와 충격 그리고 자각을 드러내는 문화사적·지성사적 자료인 것이다.
동아시아의 문화사에 대한 비교연구는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는 있으나 그 한계 또한 뚜렷하다. 그것은 연구의 대상이 주로 문헌자료에 의존하여 당대의 문화에 대한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연구에 이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연구의 기초가 되는 해외자료의 수집과 정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까닭이다. 더군다나 해외에 산재한 한국문화의 자료는 급속히 훼손되는 실정이다. 지난 2002년 8월 본 연구의 연구책임자는 학계의 다양한 전공자들과 함께 압록강부터 열하까지 연행사의 길을 답사 여행하였는데, 연행록 노정의 많은 지명과 위치가 바뀌어 있고, 연행록에 등장하는 문화적 자료들이 사라지는 등 귀중한 한·중 교류로의 심각한 훼손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근대화의 진행과 함께 과거의 문화적 기반이 급격히 무너진 현실을 감안하면, 중세 한·중 문화교류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의 공간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국내 연행사들의 노정에 대한 연구는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한·중 문화교류의 생생한 현장을 복원하는 일은 지금하지 않으면 앞으로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일은 현재의 문화창달에도 기여하는 바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연행록에 대한 정리 작업과 연구는 상당한 성과를 축적한 편이다. 동아시아의 중요한 정전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박지원의 명저 {열하일기}는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번역되고 연구되었으며,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에서는 일찍이 {연행록선집}을 발간하여 연행록 연구의 단초를 제공하였고, 민족문화추진회에서는 이를 번역하여 {국역 연행록선집}을 발간했다. 이어 홍대용의 {을병연행록}, 서유문의 {무오연행록}, 이덕형의 {죽천행록} 그리고 {오우당연행록}, {갑자수로조천록} 등이 김태준, 소재영, 조규익, 최강현 등에 의해 주해되거나 번역되어 연행록 연구에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교양서로 편집되어 대중적인 이목을 끌기도 하였다. 최근에 임기중은 고려에서 근세에 이르는 전체 연행록을 거의 망라한 100권의 {연행록전집}을 편찬하여 국문학계뿐만 아니라 관련학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열하일기}로부터 촉발한 연행록에 대한 연구는 {홍대용과 그의 시대}, {홍대용평전}, {한국문학의 동아시아적 시각 1-연행의 비교문학} {여행과 체험의 문학} 1∼3권 등 연행사들의 세계관과 문명의식 그리고 문학론을 다룬 김태준의 일련의 연구와, {여행과 체험의 문학}을 함께 펴내고 {무오연행록}과 [연행가]의 비교 고찰 등을 시도한 소재영의 연구, {한국기행문학작품연구}, {한국기행가사연구} 등을 펴내고 한·중 사행문학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최강현의 연구 그리고 {담헌연행록}과 {죽천행록}에 관한 조규익의 연구 등으로 이어지면서 질과 양에서 상당한 성과를 축적한 상태이다. 그 밖에도 김명호·강동엽·김혈조·이혜순과 황원구 등 사학 쪽의 논문들과 최근 해외학자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젊은 연구자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그 가치의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문헌을 위주로 한 연구라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기존의 축적된 자료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연구를 통해 연행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내 연행록의 노정 답사 연구는 문헌자료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연행록 연구 및 비교문화연구에 필수불가결한 귀중한 자료를 답사·조사·발굴·정리 실재 제공함으로써 이 방면 연구를 근본적으로 한차원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한·중 문화교류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문화교류사 연구 역시 실증적 자료가 뒷받침될 때 보다 정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답사 연구는 정치, 역사, 문화, 지리, 예술, 언어 등 인접 학문의 학제간 연구를 촉발하고, 지식의 통합화라고 하는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의 현재적 요청에 부응하리라 여겨진다.
중국내 연행록 노정답사 연구는 먼저 노정의 지리와 연행록들의 기록과 연결하는 기초조사를 통하여 해외에 산재한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조사와 복원에 노력을 기울이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지금 한·중 국경의 첫관문이던 구련성(九連城)·책문(柵門)·봉황성(鳳凰城)·이제묘(夷齊廟) 등 심양(瀋陽)과 북경의 조선관(朝鮮館) 등이 거의 자취가 없어지거나 훼손되어 있다. 이런 지리를 확인하는 일은 일차적으로 시급하다. 연행길에 오른 조선의 선비들은 독서인이자 통합적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의 노정 속에는 타문화와 교류하며 자각에 이른 보편적 세계인의 면모와 함께 민족적 자부심을 높이 떨친 뛰어난 문화유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는 이것을 확인하며 기록하고 복원하는 가운데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수한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는 통일시대 문화·외교사를 정비하는 사전 작업으로,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으며 한국의 중국 관광객이 10년 전보다 15배 증가한 연간 170만 이상이라는 점과 관련하여 한국 관광 문화 산업고의 연관에서는 굉장한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내 문화·역사 탐방로를 한·중 양국간의 협의를 거쳐 확대·다양화함으로써 우호적인 동아시아 문화교류를 증진시킬 수 있으며,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21세기 동아시아 지역 사회를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하리라 기대된다.
해외로의 여행기들은 한 민족, 한 시대의 대외관계를 논급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민족과 시대의 대외적 관심과 관념을 반영해주는 동시에, 여행 대상국의 정치·사회의 제반 상황에 대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여행기들은 저자의 직접적인 접촉과 견문의 기록들이기 때문에 다른 편찬된 외국 기록과는 달리 개별성과 직접성을 강하게 갖는다. 특히 중국 여행이야말로 한민족이 겪어온 외국 체험의 중심이며, 세계 체험의 길이었다. 이런 사실은 역사 이래로 한국과 중국이 맺어온 외교관계의 제도적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명나라 이후에는 燕京(北京)까지 여행하는 일을 燕行이라 했고 여기서 燕行錄 문학이 이룩되었다. 오랫동안 동아시아에 있어 중국은 바로 '천하'였고, 북경이야말로 세계로 통하는 길이었다. 이것은 저 18세기 유럽인의 책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여행(Grand Tour)'과도 같은 성격으로 그들의 프랑스나 이탈리아 여행이 마치 이와 같았다. 연행의 길을 통해서 민족이 옮겨왔고, 한문화를 호흡하며, 불교를 받아들였다. 또한 천주교를 받아들였고 북학(北學)을 이룩해갔다. 이 길을 통해서 서양을 만났고, 자국문화의 후진성과 정체를 극복하였으며, 민족의 도덕적 자각과 문화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민족 문화와 끊을 수 없는 이 길을 다시 걷고 그 교류의 현장을 확인하고 기록하고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와의 교류를 이어가는 것이며,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다. 현재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관계가 진실로 어떠한 것이었으며, 각국의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교제하였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사료를 발굴하고 그 구체적인 현장에서 그것을 파악해 나가는 것이다. 연행록의 노정을 답사하고 연구하는 것은 인류의 교류사를 연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연행사의 노정은 자기 본위의 헛된 학문의 틀에서 벗어나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학문관을 가다듬고 문화의 체험과 교류를 통해 현실적 안목을 획득하는 실천적인 방법이었다. 점차 학문의 방법이 추상적이며 그 공소해지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연행사의 사고와 자각의 여정은 우리 학문의 문제가 현재에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우리는 연행록의 노정을 답사함으로써 훼손된 한·중 문화교류로를 새롭게 복원할 수 있으며, 한·중 교류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사실적 접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행지도(한·중 문화교류지도)를 작성하여 현재의 한·중 문화교류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한·중 관계사의 전개에 대한 경험적·실증적 고찰을 통해 고조선·고구려·발해로 이어지는 민족의 고토를 확인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전통문화(민속·미술·문학·음악)에 대한 비교문화적 접근을 통해 한·중 문화의 교류 양상을 실재적이고 현재적인 측면에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경의선과 동해선이 복구하고 있어 남녘 부산에서 서울·평양을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경유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유럽까지 연결되어 '철의 실크로드'가 다시 열리게 되었다. 또한 압록강 연안의 신의주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옛날 의주가 맡았던 대외개방의 전초역을 맡게 되었다. 이로써 다시 반세기만에 다시 육지를 통해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직접 통하는 길이 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연행록 노정에 대한 답사 연구는 실증적이며 구체적인 접근을 통해 동아시아의 중세 교류로를 다시금 복원함으로써 21세기 동아시아 문화교류에 적지 않은 이바지가 될 것이다. 이 교류로를 복원하는 작업이야말로 한·중 역사의 길을 복원하는 일이며 남북한을 다시 하나로 연결하는 작업이기도 하고 동아시아의 선린외교와 문화교류를 새롭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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